좋다는 제품을 하나씩 들였을 뿐인데, 어느새 화장대에는 작은 화장품 매장이 생겼다. 반쯤 남은 세럼과 새로 뜯은 크림, 언젠가 쓰려고 아껴둔 마스크팩까지. 정작 피곤한 밤에 손이 가는 건 늘 비슷한 몇 가지인데 말이다.
오늘은 무언가를 더 사는 대신, 지금의 루틴을 조금 단순하게 만들어보자. 예쁜 욕실 선반을 꾸미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편하게 지속할 수 있는 루틴을 찾는 일이니까.
화장대 앞에서 자꾸 망설이게 된다면
스킨케어를 시작하기도 전에 고민이 길어지는 날이 있다. 오늘은 어떤 세럼을 쓸지, 어제 쓰던 크림 위에 다른 제품을 더 발라도 될지. 어제는 괜찮아보였던 것도 오늘 별로인 경우가 빈번하다. 내 피부의 컨디션은 하루하루 달라지니 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새로운 제품을 들이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먼저 화장품을 세 부류로 나눠보자.
- 자주 쓰고, 사용할 때 불편함이 없는 제품
- 특별한 날에만 손이 가는 제품
- 언제 마지막으로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 제품
의외로 첫 시작은 간단하다. 매일 쓰는 제품만 손이 잘 닿는 자리에 남겨두면 선택이 한결 단순해진다. 생각보다 자주 쓰는 제품인데 멀리두었다면 배치를 바꿔보자.
그 외 나머지 제품들도 배치를 바꾸다 보면 생각보다 내가 자주 쓰는게 정해져있단 사실에 놀랄 것이다. 잘 사용하진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은 사용기한과 개봉 후 사용기간을 확인해 정리하자. 하지만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오래된 제품을 두는 것만큼 어지럽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오래 걸리는 루틴보다, 내 생활에 맞는 루틴
늦게 퇴근한 날에도 열 단계를 꼬박 지키는 사람보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안 후 늘 편하게 사용하던 보습 제품을 바르고 마무리하는 밤도 괜찮다. 단계가 적다고 성의가 없는 건 아니다. 반대로 여러 제품을 바르는 시간이 즐겁다면, 무조건 줄일 이유도 없다.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라 이 루틴이 나에게 편한가다. 자꾸 숙제처럼 느껴진다면, 잠깐 덜어낼 때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욕실에 휴대폰 대신 작은 수건 한 장
루틴을 바꾸는 방법이 꼭 화장품일 필요는 없다.
깨끗한 수건을 미리 꺼내두거나, 머리카락을 정리할 머리끈을 손닿는 곳에 놓아두는 것. 세안하는 동안만큼은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도 좋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준비가 되어 있는 메이크업룸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을 덜 번잡하게 만든다.
예쁜 것 하나쯤은 남겨두기
실용적인 물건만 남기겠다고 마음먹으면 정리가 또 다른 숙제가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색의 트레이나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은 작은 거울처럼, 쓰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은 그대로 두자.
미니멀한 루틴이 꼭 아무것도 없는 풍경을 뜻하는 건 아니니까.
오늘 밤에는 하나만 덜어보기
새로운 루틴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오늘은 손이 가지 않는 제품 하나를 정리하거나, 다음 구매를 잠시 미뤄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스킨케어가 더 근사한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제는 아니었으면 한다. 바쁜 하루 끝에 나를 챙기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시간이면 좋겠다.
화장대에 여백이 생겼다면, 그 자리는 당분간 비워두기로
by 이지연 에디터